〈큰 파도〉,
처음부터 여러 장 찍어 팔기 위해 만든 작품입니다
거대한 파도가 손가락처럼 갈라진 포말을 뻗고, 배 세 척은 물결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후지산은 파도보다 훨씬 작아요. 너무 유명한 이미지라서 우리는 이 작품을 박물관에 단 한 점만 남은 거대한 회화처럼 떠올리기 쉽습니다.
같은 〈큰 파도〉가 여러 미술관에 있습니다
목판화는 그려진 한 장만 남기는 방식이 아닙니다. 같은 판으로 여러 장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디자인이 여러 사람에게 건너갈 수 있어요. 오늘날에도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 서로 다른 〈큰 파도〉 인쇄본이 남아 있습니다.
같은 디자인인데 왜 조금씩 다르게 보일까요?
두 인쇄본을 나란히 보면 하늘의 색, 파도 끝의 선, 종이의 상태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찍을 때의 상태와 판의 마모, 이후의 보존 환경이 각각 달랐기 때문이에요. 화면과 촬영 조건도 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어느 한 장을 ‘진짜 원본’이라고 서열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한 사람만 소유하는 물건도 아니었습니다
대영박물관은 에도 시대에 이런 판화를 국수 두 그릇 남짓한 가격으로 살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오늘날의 세계적인 아이콘이 처음에는 반복해서 찍히고 팔리며 사람들의 손을 거쳐 이동한 대중적인 이미지였던 셈이죠.
이 사실은 명화의 가치를 다른 방향에서 보게 합니다. 작품이 특별해지는 이유는 세상에 하나뿐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같은 이미지가 반복해서 이동하고, 더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살아남았기 때문일까요?
다음에 〈큰 파도〉를 보면 파도의 크기만 보지 말고 종이 위에 남은 선과 색도 살펴보세요. 그리고 기억해두세요. 이 파도의 힘은 유일성만이 아니라 반복과 이동에서도 만들어졌습니다.
누가 ‘이게 진짜 〈큰 파도〉야?’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한 점의 유화가 아니라 같은 디자인을 여러 장 찍은 목판화야. 그래서 여러 미술관에 서로 다른 인쇄본이 남아 있어.’ — 명화는 하나뿐이라서가 아니라 모두가 기억해서 특별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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