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사실 이 말을 타지 않았습니다
앞발을 번쩍 든 말, 바람에 휘날리는 붉은 망토, 산 너머를 가리키는 손. 위험한 알프스도 이 사람 앞에서는 길을 내어줄 것 같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나폴레옹의 얼굴은 대개 이런 모습이에요. 그런데 이 장면에는 큰 각색이 하나 있습니다.
그럼 다비드는 왜 말을 바꿨을까요?
1800년 5월, 나폴레옹이 이끈 프랑스군은 그랑 생베르나르 고개를 넘어 이탈리아로 향했습니다. 이 일을 기념하는 초상에서 다비드는 눈길을 조심스럽게 오르는 노새 대신, 앞발을 든 사나운 군마를 선택했어요.
말메종 박물관은 나폴레옹이 자신을 ‘사나운 말 위에 침착하게’ 보이도록 원했다고 전합니다. 불안정한 말과 흔들리는 망토가 거센 상황을 만들고, 그 한가운데에서 자세를 잃지 않는 나폴레옹은 더 강한 지도자로 보이죠.
처음부터 나폴레옹의 주문으로 시작된 그림은 아닙니다
첫 그림은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4세가 마드리드 왕궁의 ‘위대한 지휘관들의 방’에 걸기 위해 주문했습니다. 완성된 작품을 본 나폴레옹은 망토와 말의 색, 장구를 조금씩 달리한 반복본을 추가로 주문했고, 다비드는 같은 구도의 작품을 모두 다섯 점 남겼어요.
바위에 새겨진 이름도 읽어보세요
말의 발아래 바위에는 BONAPARTE, HANNIBAL, KAROLUS MAGNUS가 새겨져 있습니다. 한니발과 샤를마뉴는 앞서 알프스를 넘은 역사적 지휘관들이에요.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이름을 그들 옆에 놓아, 이제 그 계보를 잇는 다음 영웅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나폴레옹은 이 초상을 위해 직접 포즈를 취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비드는 의상과 모델, 회화적 장치를 이용해 우리가 기억하게 될 한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었어요. 이 그림은 실제 장면을 재현하는 기록이라기보다, 무엇을 사실처럼 믿게 만들 것인지 치밀하게 설계한 정치적 초상에 가깝습니다.
그림은 사실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실보다 더 오래 남는 이미지를 만듭니다. 다음에 이 그림을 보면 나폴레옹의 손끝만 따라가지 말고, 말의 발아래 바위와 거기에 새겨진 이름부터 보세요. 그리고 물어보세요. 내가 기억하는 나폴레옹은 실제 인물일까요, 다비드가 만든 이미지일까요?
누가 ‘나폴레옹이 저 말을 타고 알프스를 넘은 거야?’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실제로는 산길에 안정적인 노새를 탔대. 군마는 영웅처럼 보이게 만든 다비드의 선택이야.’ — 바위의 세 이름까지 찾으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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