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녀는 누구일까요?
그녀는 화가의 딸이었을까요. 집에서 일하던 하녀였을까요. 소설과 영화는 이 질문에 이야기를 붙였지만, 기록은 아무 답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품의 형식부터 우리가 생각한 것과 조금 달라요.
초상화가 아니라 ‘트로니’였습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특정 인물의 얼굴을 닮게 기록하려고 그린 초상화가 아닙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한 트로니(tronie), 즉 표정과 의상, 빛을 탐구하는 인물 연구에 가까워요.
푸른 터번과 이국적인 옷차림도 실제 신분을 알려주는 단서라기보다, 특정한 성격과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그럼 실제 모델은 없었을까요?
모리츠하위스는 그림을 위해 포즈를 취한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은 높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어요. 화가의 딸, 하녀, 후원자의 가족이라는 여러 추측이 있지만 이를 증명하는 기록은 없습니다.
이름도 이야기도 남아 있지 않기에 우리는 그녀의 시선과 살짝 열린 입술을 보며 각자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됩니다.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 이 그림을 더 오래 보게 만드는 셈이죠.
진주도 진짜였을까요?
귀걸이는 실제 진주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큽니다. 유리로 만든 모조 진주였거나, 베르메르가 상상으로 더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자세히 보면 고리도 없고, 흰 물감 두 번의 붓질만으로 빛나는 구체처럼 보입니다.
다음에 이 그림을 보면 ‘그녀가 누구였을까’에서 멈추지 말고, 거의 아무 정보도 없는 얼굴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오래 바라보세요.
누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모델이 누구야?”라고 물으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아무도 몰라. 애초에 특정 인물의 초상화가 아니라, 상상의 인물을 그린 트로니에 가까워.” —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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